FLORIESTELLE

2026년 10월 23일클래스

11월 월간 플로리에스텔 미감수업 〈이선호〉 — 1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대형 리스

11월 월간 플로리에스텔의 작가는 이선호 작가님입니다. 이번 달 꽃작품은 리스예요.

한 달에 한 명의 작가를 정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보았는지 이야기한 뒤 꽃으로 옮겨봅니다. 9월에는 모네의 빛, 10월에는 무하의 선을 다뤘고, 11월에는 이선호 작가님의 '생명의 순환'을 다룹니다.

이번 달은 조금 다릅니다. 새로 구상한 작품이 아니라, 작년 이맘때 실제로 만들어 전시장에 보냈던 리스를 다시 만듭니다.

작년 이맘때, 전시장으로 보낼 꽃

전시장에 도착한 리스. 뒤에 걸린 그림이 이선호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전시장에 도착한 리스. 뒤에 걸린 그림이 이선호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작년 이맘때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이선호 작가님의 전시회에 꽃을 보내고 싶다고요.

보통 전시 축하에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보냅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생각이 바뀌었어요. 작가님이 그리시는 건 호주의 자생식물입니다. 그 식물들을 아주 가까이서, 화면 가득 채워 그리시죠. 그리고 그 안에서 생명이 돌아가는 구조를 보십니다.

이건 다발로 보낼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다발이 아니라 리스였나

이선호 작가님의 작품
이선호 작가님의 작품

리스는 시작과 끝이 이어진 원입니다. 어디가 처음인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영원과 순환, 그리고 사랑을 뜻하는 형태였습니다.

작가님이 식물의 구조에서 사람의 생명과 시간, 관계의 구조를 읽어내신다면, 그 작업과 가장 잘 맞는 꽃의 형태는 리스였습니다. 끝나지 않고 계속 도는 모양이니까요.

그래서 고객님께 리스를 권해드렸고, 작가님 작품의 색감과 그 안에 등장하는 꽃들을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림 속 붉은 와라타와 유칼립투스의 색을, 핀쿠션 프로테아와 유칼립투스 씨드로 옮겨왔어요.

제 작업에도 탄생과 소멸을 생각하며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꽃을 다룰 때도 늘 그 면을 함께 생각합니다. 피어 있는 동안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마르고 색이 변해가는 과정까지가 한 작품이라고 봐요.

만드는 과정을 릴스로 찍어 올렸는데, 그 영상과 작품이 많은 분께 사랑을 받았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1년 뒤의 같은 리스
1년 뒤의 같은 리스

얼마 전 작가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리스를 아직 가지고 계시다고요.

보시면 색이 바뀌었습니다. 초록이던 목수국은 노랗게, 붉던 핀쿠션은 주황으로 내려앉았고, 분홍 팜파스는 더 진해졌어요. 그런데 형태는 그대로입니다. 한 송이도 빠지지 않았어요.

작가님 작업실에 놓인 모습
작가님 작업실에 놓인 모습

이게 제가 수업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지점입니다. 꽃작품의 수명은 시드는 날까지가 아니에요. 소재를 잘 고르고 구조를 잘 잡으면, 마르면서 다른 얼굴로 한 번 더 살아납니다. 1년 뒤에도 거실에 걸려 있을 수 있고요.

이런 소재가 들어갑니다

핀쿠션 프로테아와 목수국, 페니쿰
핀쿠션 프로테아와 목수국, 페니쿰

중심은 프로테아가 잡습니다. 큰 프로테아 비너스 두 송이와 프로테아 핀쿠션 네 송이를 쓰고, 그 사이를 목수국과 팜파스, 아마란서스, 라이스플라워, 페니쿰이 채웁니다.

프로테아 비너스
프로테아 비너스

잎과 가지로는 유칼립투스 씨드와 남아공부쉬를 씁니다. 열매는 오가피열매를 넣고요. 바탕은 리스틀과 매쉬로 잡습니다.

마르기 전, 처음 완성했을 때의 색
마르기 전, 처음 완성했을 때의 색

한 가지 과정이 더 있습니다. 프로테아는 마르면서 색이 많이 바랩니다. 그래서 페인팅을 합니다. 원래 색이 어땠는지 기억해두고, 마른 뒤의 톤에 맞춰 직접 올려요. 이번 수업에서는 이 페인팅도 각자 해보십니다.

작게 만들지 않는 이유

작은 리스를 만드는 클래스는 많습니다. 저희가 굳이 대형으로 가는 이유가 있어요.

첫째, 작년에 만들었던 그 풍성한 리스를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크기를 줄이면 다른 작품이 됩니다.

둘째, 작은 리스로는 나오지 않는 조형적 완성도가 있습니다. 이번에 만드는 리스는 지름 45~50cm 입니다. 지름이 이만큼 커지면 소재를 여러 종류 쓸 수 있고, 질감과 색이 한 작품 안에서 같이 놀 수 있어요. 작으면 두세 가지로 끝납니다.

셋째,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꼭 한 번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큰 작품일수록 그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대형 리스를 만들어볼 기회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소재값도 자리도 많이 드는 작업이라서요.

평면의 그림을 입체로 옮기는 일

이번 수업의 과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림은 평면이고 리스는 입체라는 것입니다.

작가님은 한 화면 안에 꽃을 가득 채워 그리십니다. 그걸 리스로 옮기려면 어디를 두껍게 쌓고 어디를 비울지, 어느 각도에서 봤을 때 그 색이 나오는지를 직접 판단해야 해요. 색만 맞춰서는 그림이 되지 않습니다.

세 시간은 이렇게 나뉩니다. 40분 이론 강의, 80분 실습, 60분은 완성작을 찍으며 코칭과 피드백을 드리는 시간입니다. 리스의 의미와 구조, 오래 두고 보는 법을 먼저 다루고, 그다음에 손을 씁니다.

만들고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60분이 이 수업에서 제일 특별한 시간입니다.

완성한 작품을 제가 직접 촬영해 드립니다. 어느 각도에서 가장 잘 보이는지 찾아가며 찍어요. 그 자리에서 작품을 앞에 두고 코칭을 드립니다. 어디가 비었는지, 어느 자리를 더 쌓았어야 했는지까지요.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작품을 하나씩 다시 분석해 피드백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그날은 손이 바빠서 흘려들으신 이야기도 글로 남으면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11월 회차 안내

2026년 11월 5일 (목) 11:00 – 14:00

- 정원 4명 (대기 2명)
- 수강료 300,000원
- 장소 강남구 논현동 플로리에스텔 (논현역·신논현역)
- 완성 크기 지름 45~50cm, 작품은 가져가십니다
- 프로테아 페인팅 과정 포함
- 완성작 촬영과 코칭, 수업 후 작품 분석 피드백 메일까지 포함됩니다

소재가 큰 작업이라 자리를 네 개만 엽니다.

클래스 신청하기

본문에 실은 이선호 작가님의 작품 이미지는 작가님의 허락을 받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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