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RIESTELLE

2026년 8월 27일클래스

달항아리 꽃꽂이 클래스, 교정 전후로 보는 8월의 분홍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두 분과 함께한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이번 화기는 달항아리였어요.

여름 끝물의 분홍을 모아봤습니다. 컨츄리블루스 장미, 브라운슈가잼 스프레이장미, 리시안셔스, 사라작약, 실거베라, 화이트 구절초, 카네이션, 여뀌, 자리공. 그리고 색을 들인 핑크 미리오. 핑크 미리오의 보송한 질감이 이번 배합의 중심이었어요.

달항아리는 다루기 까다로운 화기입니다.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형태라서요. 유리 화병처럼 꽃을 담아주는 그릇이 아니라, 항아리 쪽이 먼저 자기 주장을 합니다. 그래서 꽃이 화기를 입히는 게 아니라 이어받는 느낌이어야 예쁘게 나와요.

두 분 다 두 시간 동안 정말 집중해서 만드셨습니다. 완성작을 놓고 제가 몇 군데 손을 봐드렸는데, 그 전후 사진이 남아서 같이 올려봅니다. 꽃꽂이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두 장을 나란히 놓는 편이 훨씬 빨라요.

첫 번째 작품 — 맑은 핑크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핑크를 맑게 쓰신 점입니다. 핑크는 조금만 잘못 섞여도 탁해지거나 유치해지기 쉬운 색인데, 라일락과 살구와 크림과 연분홍이 한 덩어리 안에서 끝까지 맑게 유지됐어요.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꽃 한 송이씩 얼굴이 보이도록 각도를 잡아 꽂으신 것도 좋았고요.

제가 손본 건 세 가지예요.

항아리의 어깨선. 교정 전에는 꽃이 좌우로 넓게 퍼지면서 항아리의 둥근 어깨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실루엣이 납작한 버섯 모양이 되고, 정작 주인공인 달항아리의 곡선이 사라져요. 좌우 폭을 좁히고 위로 모으니 볼록한 선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죠. 기억해두시면 좋은 기준은 이겁니다 — 꽃 덩어리의 폭은 항아리 최대 지름의 1.5배를 넘지 않게.

강한 색은 두 군데 이상에. 진한 컨츄리블루스가 상단 가운데 한 송이뿐이었어요. 강한 색이 한 곳에만 있으면 시선이 거기서 멈추고, 나머지 연한 색들이 배경처럼 눌립니다. 같은 컨츄리블루스를 좌측 하단에 하나 더 넣으니 위 오른쪽과 아래 왼쪽을 잇는 대각선이 생겼습니다. 색은 점이 아니라 선이나 삼각형으로 배치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리듬을 만드는 소재는 짝을 지어서. 분홍 여뀌가 좌측 상단에만 있어서 조금 외로웠습니다. 우측 하단에도 같은 소재를 넣어 대각선으로 호응하게 하니, 둥근 꽃들만 있던 화면에 리듬이 생겼어요.

두 번째 작품 — 가든 스타일

이 분은 접근 순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리공 열매 가지와 잎가지를 먼저 뻗어 공간을 잡고 시작하셨는데, 이게 정확히 가든 스타일의 방식이에요. 대부분은 꽃 덩어리부터 꽉 채우고 시작하시거든요. 열매와 구절초와 실거베라와 장미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소재를 섞어놓고도 촌스럽지 않게 만드신 것, 카네이션 가장자리의 자주색 무늬를 여뀌 색과 맞춰 쓰신 것도 좋았습니다.

여기서도 세 가지를 손봤어요.

라인이 전부 수평이면 작품이 눌립니다. 뻗어나온 라인이 좌측 잎가지와 우측 열매가지, 둘 다 옆으로만 향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체가 좌우로만 넓어지고 위로 열리지 않아서 화기 위에 납작한 접시를 얹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익모초를 좌측 상단으로 길게 두 줄기 넣었더니 그것만으로 높이가 살아났죠. 익모초는 잎이 가늘게 갈라지고 꽃이 마디마디 붙는 소재라 선이 가벼워서, 길게 써도 무겁지 않습니다. 꽃시장에서 보이면 한 단 챙겨보세요. 라인 소재는 수평 하나에 수직 또는 사선 하나를 짝으로 생각하시면 자연스럽게 비대칭 삼각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주인공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분홍 실거베라가 이 작품에서 제일 눈에 띄는 꽃인데, 주변 꽃들이 같은 높이로 빽빽하게 붙어 있어서 묻혀 있었습니다. 다른 꽃을 조금 낮추고 안쪽으로 모으니 실거베라가 자기 자리를 얻었어요. 모든 꽃을 다 보여주려고 하면 결국 아무 꽃도 안 보입니다.

꽃과 화기를 잇는 한 줄기. 교정 후 사진에서 초록 줄기 하나가 항아리 오른쪽 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보이실 거예요. 사소해 보이지만 이 한 줄기가 있으면 꽃과 화기가 하나의 작품으로 읽히고, 없으면 꽃다발을 항아리에 얹어둔 것처럼 보입니다. 존재감이 큰 화기를 쓸 때는 꼭 챙겨보세요.

두 작품을 나란히 놓으니 같은 소재로 시작했는데도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쪽은 색으로, 한쪽은 선으로 풀어내셨어요. 이래서 클래스가 재미있습니다.

가져가신 작품, 물만 잘 갈아주시면 일주일은 예쁘게 보실 수 있어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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